조현병 환자가 말하는 '진짜' 조현병 이야기 WITH 마인드포스트 이관형 기자

해솔
2022-01-14
조회수 2215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 진행 : 김혜민 PD

■ 방송일 : 2021년 11월 04일 (목요일)

■ 대담 : 이관형 마인드포스트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혜민의 이슈&피플] 

조현병이라는 악기를 18년째 연주중입니다 ㅡ 조현병인식개선강사 이관형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지금 흐르는 노래는 자신의 환자에게 죽음을 당했지만 안전한 진료 환경과 마음 아픈 환자들이 편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 임세원 교수의 추모곡입니다. 아픈 마음 보고 듣고 말하기. 이 코너는 말 그대로 우리의 아픈 마음을 보고 듣고 말하는 시간이에요. 조현병. 이 단어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먼저 생각나세요.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몇가지 보고 싶지 않은 잔인한 뉴스들이 생각나실 거예요. 하지만 그 뉴스에 나온 이야기가 조현병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아닙니다. 조현병에 대한 진짜 이야기. 마인드 포스트] 이관형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볼게요. 기자님. 어서 오세요.

 

◆ 이관형 마인드포스트 기자(이하 이관형)>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기자님이시자 대표님이시라고, 사장님이시네요. 무슨 일 하시는데요.

 

◆ 이관형> 저는 책도 만들고 또 기자로서 기사도 쓰고 강의도 하고 대학원도 다니고 있습니다.

 

◇ 김혜민> 저는 직업이 한 개밖에 없는데. 직업이 많으신데 출판사 그러면 대표님 하고 계시는 거예요. 자 이슈 앤 피플 청취자 분들께 인사 한 말씀 해 주시겠어요.

 

◆ 이관형> 네 안녕하세요. 저는 마인드 포스트 기자 이관형이라고 합니다. 오늘 조현병이라는 악기를 통해서 제 이야기를 연주하기 위해서 출연했습니다.

 

◇ 김혜민> 조현병이라는 악기를 통해 내 이야기를 연주하기 위해 출연했다. 지금 조현병이라는 악기를 가지고 계신 거죠. 몇 년째 가지고 계신 건지.

 

◆ 이관형> 18년 정도 됩니다.

 

◇ 김혜민> 18년째. 그러면 처음 조현병 악기를 갖게 된 게 몇 살 때예요.

 

◆ 이관형> 20살 때.

 

◇ 김혜민> 20살 때. 알겠습니다. 우리 천천히 그 이야기를 한번 가보도록 할게요. 먼저 기자로 계신 이 마인드 포스트는 어떤 곳이에요.

 

◆ 이관형> 마인드 포스트는 사회에서 무능력하고 폭력적이라고 여겨지는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사회의 무능력과 폭력의 목소리를 내는 그런 언론사입니다.

 

◇ 김혜민> 무능력과 폭력으로 여겨지는 정신장애 당사자. 정신장애 당사자들을 세상이 그렇게 보고 있나요.

 

◆ 이관형> 그렇죠. 아마 댓글들 보면 많이 아마 아실 거예요. 그런데 그분들이 기사로서 목소리를 내는 곳이죠.

 

◇ 김혜민> 아 그럼 여기 기자 분들은 제가 표현을 어떻게 해야 됩니까.

 

◆ 이관형> 정신 당사자라는 표현이 나을 것 같아요.

 

◇ 김혜민> 정신 당사자. 정신 당사자 분들이세요.

 

◆ 이관형> 네. 정신장애 당사자. 조현병이나 조울증을 가진 분들이요.

 

◇ 김혜민>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그분들이 우리 무능력하고 폭력적이라고 니네 그러는데 사실 이 세상에 무능력하고 폭력적인 거 너무 많고 우리가 그 이야기 한번 해볼게. 그래서 만든 매체군요. 이 마인드 포스트가. 알겠습니다. 아까 조현병을 악기라고 소개해 주셨는데 정확하게 조현병에 대해 좀 설명을 해 주시겠어요.

 

◆ 이관형> 진짜 조현병이라는 단어가 현악기의 형과 조율하다 조를 합친 단어인데요. 현악기에 줄이 끊어지거나 늘어나면 이상한 소리를 내잖아요. 마찬가지로 조현병도 사고나 감각에 있어서 다양한 증상이 있고 또 다양한 원인 증상 경도도 다 다양하죠. 그런데 명문대 학생이나 대기업 직원 성직자 의사들도 겪는 흔한 병이고 그만큼 또 약물로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그런 병입니다. 

 

◇ 김혜민> 흔한 병이고. 약물로 치료하면 치료가 가능한 병이고 또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직장에서도 접할 수 있고 사회에서도 접할 수 있는 분들이 의외로 이 병을 많이 앓고 있다. 우리가 지금 전혀 잘못 알고 있는 거였네요. 가장 크게 잘못 알고 있는 점이 어떤 거예요. 조현병에 대해.

◆ 이관형> 일단 조현병 하면 왠지 막 뭔가 약하고 되게 낮은 계층이고 병원에 있고 무능력하다고 보는데 저는 당사자로서 많이 메일도 받고 연락도 받다 보면 정말 사회에서 전문직에 계신 분들. 능력이 있는 분들이 많이 조현병을 갖고 계세요. 그러니까 조현병도 스펙트럼이 크고 넓고 다양하다는 걸 사람들이 잘 모르고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나 환자들만 바라보는 것 같아요.

 

◇ 김혜민> 그렇죠. 우리 몸이 이제 굉장히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돼 있으니까 몸과 정신 중 이게 하나라도 딱 어긋나 버리면 몸의 반응이 오든 마음의 반응이 오든 하잖아요. 그리고 누구나 그게 딱 어긋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면 조현병을 유전병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거는 어떻게 생각해야 해요.

 

◆ 이관형> 유전이라기보다는 가능성이 좀 더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딱 유전으로 단정해서 반드시 이렇게 걸린다. 자녀들이. 그렇게 확답할 수는 없는 병인 것 같아요. 

 

◇ 김혜민> 그러면 우리 기자님은. 어떤 사건이 있으셨어요. 이렇게 악기가 줄이 탁 끊어지는 것처럼. 딱 몸에, 몸과 마음의 줄이 어느 부분이 끊어져서 조현병이 찾아오게 된.

 

◆ 이관형> 저는 이제 어려서부터 가정폭력이나 학교 왕따. 입시 스트레스. 좀 짧은 노숙 생활을 하면서 불면증과 우울증이 시작되었거든요. 근데 고3 때였는데 그때 치료를 받았으면 좋았는데 이제 고3을 졸업하고 나서 대학에 가야 하니까 치료를 안 받고 재수 생활을 한 거예요. 그렇게 재수를 마치고 대학에 합격은 했지만 이미 많이 진행이 돼서 그때 조현병 진단을 받은 거죠.

 

◇ 김혜민> 아 조현병이 어떤 치료보다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맞습니까.

 

◆ 이관형> 네. 맞습니다.

 

◇ 김혜민> 사실 우리 기자님이 쓴 바울의 가시. 그 책을 제가 몇 달 전에 다 읽었어요. 읽으면서 우리 기자님이 개인적으로 겪었던 그 많은 일들, 이 일을 겪고 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나였다면 더 아팠겠다, 이런 생각들을 했거든요. 근데 본인이 이제 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왜 치료 기회를 놓치셨어요.

 

◆ 이관형> 대학에 가려면 이제 재수를 해야 되는데 저는 그때 너무 힘들어서 부산에 내려가서 스파르타 기숙학원이라고. 그 안에서 공부를 하려면 약을 먹을 수가 없잖아요. 잠이 오니까. 그래서 치료를 거부했었죠.

 

◇ 김혜민> 입시 때문에.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0091님 또 이제 배우자가 조현병이신가 봐요. 47년째 살고 계시다고. 좀 힘들다고 이렇게 문자를 또 보내주셨습니다. 아프면 소문내라고 하잖아요. 근데 나 조현병이에요.. 저 좀 도와주세요. 이렇게 소문 낸다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닌데. 우리 기자님은 소문을 내셨어요. 본인이. 그렇죠. 나는 조현병 환자입니다, 라는 그 아주 유명한 세바시 강의도 하셨고 바울에 가시라는 책도 내셨고. 이유는요. 소문을 내신 이유.

 

◆ 이관형> 대학교 때 한 번 이런 경험을 해봤어요. 제가 수업을 맨날 늦고 지각하고 멍하니 있으니까 그 교수님이 저를 불러서 대체 왜 그렇게 집중을 못하는지. 그때 처음으로 제가 겪었던 과거의 아픔과 상처 이야기를 말씀드렸어요.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해 주시는 거예요. 나의 모든 아픔과 상처를 듣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3명 이상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 그런데 제가 세보니까 그런 사람이 10명이 되는 거예요. 지금은 책과 강연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또 그렇게 제 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 조율이 됨으로써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거죠.

 

◇ 김혜민> 누군가에게 내가 조현병을 앓게 됐어, 그리고 왜 앓게 됐는지를 얘기를 해서 진짜 받아주는 사람이 세 보니까 10사람은 넘었더라. 누구누구 있었어요.

 

◆ 이관형> 제 친구도 있었고 동아리 선후배들도 있었고 심지어 새벽에도 전화를 하면 받아주는 새벽 편의점 알바하는 형도 있었고. 새벽 화물차 운전하는 친구도 있었고요.

되게 저로서는 감사한 일이었죠.

 

◇ 김혜민> 그 강의를 굉장히 많은 분들이 보셨어요. 그리고 나서 아까 매일 많이 받으셨다고 그랬잖아요. 당사자들이 아마 메일을 많이 보냈을 것 같은데 당사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건 무엇이던가요.

 

◆ 이관형> 아무래도 외로움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없고 또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없고. 그러다 보니까 저도 당사자니까 저한테 많이 털어놓는 거예요. 제가 복지사나 상담사는 아니니까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도움을 더해주지 못해서 좀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죠.

 

◇ 김혜민> 그렇군요. 그런데 복지사나 상담가가 할 수 없는 위로를 우리 관형 씨가 주겠죠. 그건 뭐 말할 수 없이 큰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이제 혹시 부모님이나 가까운 가족들이 좀 불편해하거나 힘들어 하진 않았어요.

 

◆ 이관형> 처음에 제가 병원에서 처음으로 진단을 받고 약을 타왔을 때 어머니가 저희 아버지하고 여동생 모르게 약 봉투를 감췄어요. 그랬는데 지금은 이제 책을 내고 강연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강연 더 많이 뛰어서 돈 많이 벌어 달라, 이렇게 격려해주고 응원해 주는 그런 게 좋습니다.

 

◇ 김혜민> 의외의 답변 때문에 제가 좀 웃음이 터졌는데 엄마의 그 말이 또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아요. 너의 상처가 이제 너에게 훈장이 되었으니 그걸 통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도 하고 돈도 벌어 와라. 엄마 맛있는 거 많이 사 드렸어요. 효도하시는 거죠. 지금. 알겠습니다. 오늘 아픈 마음 보고 듣고 말하기. 조현병 악기를 지금 18년째 연주하고 있는 마인드 포스트 이관형 기자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조현병 발생률이 어느 정도예요.

 

◆ 이관형> 제가 통계를 찾아보니까 등록된 정신장애인이 2019년 기준으로 10만 3천 명이더라고요. 그리고 세계적으로 조현병 유병률이 1%예요.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등록되거나 미등록된 당사자까지 합치면 50만 명이 되는 거죠. 그리고 평생에 한 번 정신질환을 겪을 확률이 4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한 번쯤 겪는다고 해요. 1천만 명이 정신병을 살면서 한 번쯤은 겪어봤다는 거죠.

 

◇ 김혜민> 사실 요즘 같은 정신없는 세상에 어떻게 맨 정신으로 멀쩡하게 살겠어요. 저는 때로는 뉴스 보면 그런 생각해요. 와, 우리 모두 정말 애쓰고 있다. 이런 어지러운 세상 속에 정신 차리고 사는 것 자체가 너무 피곤하고 힘든 상황인데 그만큼 정신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기자님이 조현병 환자가 아니라 조현병을 가진 사람으로 불러주세요, 라고 쓰신 글을 봤어요. 이 글은 무슨 의미입니까.

 

◆ 이관형> 제가 어학사전을 찾아보니까 환자는 병들거나 다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돼 있고요. 사람은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 등을 갖춘 일이라고 돼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 저를 조현병 환자라고 부르는 건 저를 조현병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될 그런 병자로 보는 거고요. 누군가 저를 조현병을 가진 사람이라고 부른다면 조현병은 가졌지만 사회 속에서 품격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보는 거죠.

 

◇ 김혜민> 참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쩜 이렇게 품격 있어요. 그러면서 사실은 여기서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가 이제 임세원 교수님을 추모하는 코너이기도 하지만 임세영 교수님도 조현병을 가진 사람인 범죄자에게 그런 어려움을 당하셨고 아주 비극으로 끝났죠. 그런 기사들에 ‘조현병 환자 누구’ 이렇게 나오는 게 굉장히 불편하셨나 봐요.

 

◆ 이관형> 그렇죠. 그 사람이 하나의 특성 중 하나인데 조현병으로 단정해서 그 사람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거는 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조현병 때문에 그 병세로. 물론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는 건데. 최근에 조현병 관련 영화가 나왔어요. 아시죠. 저도 사실은 그 영화 처음에 나왔을 때 굉장히 반가웠거든요. 그래서 보러 가야겠다, 한 번 했는데 분위기가 점점 이렇게 여론이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보면 조현병 환자들이 막 언제라도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굉장히 폭력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거 볼 때 좀 어떠세요.

 

◆ 이관형> 사실 저도 처음에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어요. 그동안 조현병에 대해서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없었으니까. 갈수록 예고편을 보고 또 직접 영화를 보면서 많이 실망했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굉장히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래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 김혜민> 그러게요. 물론 그 감독님의 뭐 의도는 아니었다고 저도 인터뷰 기사에서 보기는 했는데. 이런 기사들이나 이런 영화가 나오면 우리 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움츠러들죠. 아무래도. 그럴 때 어떻게 좀 본인한테 자존감을 이렇게 높이세요. 너는 그 사람들하곤 달라. 다르잖아요. 그죠.

 

◆ 이관형> 근데 사실 자존감을 높이는 건 너무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누구나 저처럼 책을 쓰고 강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인 편견이 너무 심하다 보니까 감출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혜민> 더 감출 수밖에 없죠. 하긴 우리 조현병을 가진 분들 중에 우리 유관형 기자님 같은 분은 아주 극소수니까요. 지금은. 그러면 본인은 그럼 같은 병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병을 좀 오픈하라고 조언하시는 편이세요.

 

◆ 이관형> 그건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오픈해도 상관없이 내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오픈해도 되지만 내가 다니는 직장이나 단체에서 이렇게 좀 불이익을 당한다면 굳이 오픈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 김혜민> 여전히 불이익을 당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지금 많은 분들이 문자로 2407님이 조현병도 앓는 것이 아니라 가진, 이렇게 표현하고 이해하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보내주셨고. 7009 님은 피디님 정말 하나하나 너무 귀하고 소중한 방송이네요. 늘 잘 듣고 있지만 오늘도 어쩌면 불편할 수 있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 다뤄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기자님도 파이팅입니다. 이렇게 보내주셨어요. 최근에 아닌 듯 살인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어요. 그러니까 이 일은 주민들이 안인득 씨의 조현병 현상 때문에 7차례나 신고를 했음에도 국가에서 거기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이건 조현병 환자를 비롯해서 정신 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의 국가 책임에 대해서 지금 주장하는 거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기에 대해.

 

◆ 이관형> 피해자분께서 명백한 가해자 안인득이 아닌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건 국가에도 분명 잘못과 책임이 있다는 거잖아요. 저도 생각을 해 보니까 안인득이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중졸이었고 본드를 흡입해서 소년원 생활을 했었어요. 국가의 첫 번째 책임은 소년 안인득에 불우한 성장 과정을 만든 거고 또 그 후로 안인득이 가족이 난동을 부리고 대학생을 폭행하고 행인들한테 위협을 가했죠. 두 번째 책임은 안인득으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거고요. 또 안인득을 입원시키려 했지만 경찰 검찰 자치단체는 입원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요. 국가의 세 번째 책임인 사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거고 마지막으로 안인득이 결국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22명의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죠. 이거는 국가의 마지막 책임인데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국민의 생명조차 보호하지 못한 잘못이 있습니다.

 

◇ 김혜민> 많은 정신 건강의학과 선생님들께서 조현병 관련해서도 치매처럼 국가 책임제가 돼야 된다, 이런 주장 많이 하시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관형> 사실 보호의무자 제도라고 해서 가족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가족들이 이렇게 보살피고 이렇게 해야 된다는 그런 게 너무나도 되게 마음 아픈 일인 것 같아요.

사실 가족들을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있잖아요. 국가가 도와줘서 함께 했으면 좋을 텐데 너무 책임을 전가하는 건 너무 안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김혜민> 우리 관형 씨처럼 정말 이렇게 강의도 하고 돈도 벌어서 엄마 맛있는 것도 사주고 이러면 좋은데 조현병을 가진 분들이 다 그럴 수는 없으니까 그 가족들의 책임과 부담이 사실 상당하죠. 주변에서 많이 보시죠. 9890님이 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어려움이 몸을 지배하고 있는데 병원에 갈 힘도 없어요. 이렇게 보내셨거든요. 이분께 좀 한 말씀 하신다면 어떤 말씀 해 주실 수 있겠어요.

 

◆ 이관형> 일단은 병원에 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게 물론 혼자 가는 게 힘들다면 가족에게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서라도 같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또 필요한 약을 먹고 또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다 보면 반드시 회복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혜민> 반드시 회복될 거랍니다. 힘을 내셔서 첫 걸음은 어려우시겠지만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8923 님, 10년 전에 조현병 걸린 친구가 있었는데 좀 무섭고 낯설어서 연락이 끊겼어요. 그 친구에게 참 미안하네요. 이렇게 보내셨는데 혹시 주변에 조현병을 앓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 질문도. 잘못된 걸까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네. 제가 굉장히 조심스럽네요. 배워가는 시간이어 가지고.

 

◆ 이관형> 어려운 문제인 것 같은데 친구로서 도와줄 수도 있고 병원이라든가 의료적인 부분이나 사회적인 부분을 도와줄 수도 있지만 만약에 내가 친구로서 도움을 주자면 들어주는 거는 어떨까. 적어도 외로움은 달래줄 수 있는. 또 그분이 가진 어떤 답답함이라든가 병으로 인한 고통,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김혜민> 그래서 제가 아까 이 질문이 잘못된 거 아닌가라고 한 게 그거예요 그냥 친구로 있어주면 되는 건데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다르게 도와줄 수 있다고. 묻는 게 잘못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좀 망설였던 겁니다. 친구로서 옆에 있어주고 도와주면 된다. 꼭 조현병 환자처럼 대할 필요 없이. 알겠습니다. 저도 이 시간을 통해 참 많이 배웁니다.

 

◇ 김혜민>8923님. 조현병 관련 약물 치료 받는 게 너무 부담스럽고 싫으시다고 하셨는데 이런 얘기 많이 할 것 같아요. 지금 계속 약을 복용하시고 계신 거예요.

 

◆ 이관형> 네. 매일 두 알씩 먹고 있어요.

 

◇ 김혜민>그렇군요. 약물도 자기랑 맞는 약물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 이관형> 그거는 본인보다는 의사가 더 전문가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고 또 약을 먹는 게 부담스럽다고 하셨는데 약을 먹는 게 주사 맞는 것처럼 아프거나 뭐 그러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비타민 먹는 것처럼, 영양제 먹는 것처럼 부담 없이 그냥 나를 위해서 투자한다 생각하고 먹는 게 좋습니다. 다만 전문의의 감독 하에 먹는 게 좋죠.

 

◇ 김혜민>그러면 관형 씨는 지금 약물 치료 외에는 상담 치료나 이런 것들은 안 하고 계신 거예요.

 

◆ 이관형> 최근에 상담 치료도 받기 시작했어요.

 

◇ 김혜민> 그건 뭐 계기가 있으셨어요.

 

◆ 이관형> 제가 아무래도 좀 더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거나 더 많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건강해질 필요가 있겠구나, 싶어서 더 나아지기 위해서 더 발전하기 위해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내가 특별히 어디가 아파서라기보다 더 건강하게 더 활기차게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내가 나를 변화시켜 보고 싶어서 하게 됐군요.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 관점인 것 같아요. 여러분. 우리가 정신 정신과 치료 정신과 상담을 내가 꼭 정신적으로 아파서가 아니라 내가 더 건강하게 건강한 마인드로 일하기 위해서 받는다, 라고 생각하면 그럼 더 부담 갖지 않고 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0001 님도 알프락스를 처방해 수면제라고 줍니다. 하셨는데 제가 약물 이름은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제가 이 코너 진행하다 보면 정말 본인도 이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라고 보내주시는 분들 굉장히 많아요. 알겠습니다. 자.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어요.

 

◆ 이관형> 저는 사실 먼 미래의 꿈이나 목표를 두지는 않거든요. 그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오늘 고생하고 힘들게 사는 것보다는 오늘 내가 하루하루 행복하게 다만 최선을 다해서 살다 보면 먼 미래의 일도 알아서 잘 풀릴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제 가장 큰 목적은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고. 그게 너무 재미있고 감사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깨어나는 거. 그게 제 인생의 목표예요.

 

◇ 김혜민> 와. 매일 갈 곳이 저는 회사인데. 설레요. 저도. 지금 내내 이거 별로. 영혼 없이 받아주셨는데 저도 설레요. 매일 회사가 있어서 설레는데. 사실 맞아요. 매일매일 만날 사람이 있고 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설레고 감사할 수 있는 게 인생인데. 우리가 너무 잊어버리고,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너무 먼 미래를 꿈꾸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러고 싶지 않다는 말씀이시죠.

 

◆ 이관형> 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세 번째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 이걸 해야지 행복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제가 작가로서 기자로서 또 강사로서 하는 일들이 되게 가치가 있고 제가 또 좋아하는 행복한 그런 일입니다.

 

◇ 김혜민> 그렇네요. 그럼 이제 조현병 인식 개선을 위해 애쓰시니까. 우리 조현병의 인식 개선 어떻게 좀 됐으면 좋겠어요.

 

◆ 이관형> 사실 개인에게 어떤 노력보다도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법이나 제도도 바뀌어야 될 거고 또 언론에서도 너무 이렇게 조현병 환자들을 안 좋게 비추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또 개인이나 가족들도 조현병으로 인해서 너무 좌절하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고 이렇게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김혜민> 알겠습니다. 사실 지금 문자로 조현병에 대한 편견 그리고 두려움 표시해 주시는 분들 굉장히 많으세요. 제가 지금 읽고 있지 않는데 아직까지 우리가 갈 길이 멀고 이분들 역시 잘못됐다, 라기보다는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또 그런 계기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 코너가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같은 악기 조현병이라는 악기 들고 있는 우리 동료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 이관형> 현악기에서 현 하나가 조율이 되지 않으면 다른 현들이 아무리 건강해도 그 악기는 연주를 할 수가 없거든요. 마찬가지로 그동안 사회는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해서 배제하고 차별했지만 조현병이라는 현에 사회가 귀를 기울이고 조율해 나가면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아름다운 소리 연주해 나가는 그런 사회가 될 겁니다.

 

◇ 김혜민> 저도 매일매일 제 마음 조율하느라 얼마나 힘든데요. 모두가 그 작업을 하면서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살다 보면 도저히 그 조율이 안 될 정도로 어려운 일을 만나는 경우가 그러다 보면 줄이 끊어질 때도 있어요. 그 줄 다시 이으면 되고요. 그게 약물이 됐든 상담 진료가 됐든 여러분들 그 줄을 다시 잇는 일을 포기하지 마시고 또 그 잇는 일을 좀 지켜봐 주는. 또 그런 분들이 많이 생긴다면 편견 없이 마음 아픈 분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형 씨 오늘 너무 고마워요. 제가 오늘 또 많이 배웠어요. 지금까지 마인드 포스트 이관형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관형> 네. 감사합니다. 


출처: https://radio.ytn.co.kr/program/?f=2&id=79545&s_mcd=0452&s_hc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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